
[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단 한 번의 투약으로 질병의 완치를 기대할 수 있는 유전자 치료제. 그러나 유독 중추신경계(CNS) 질환에는 아직 이러한 치료제가 없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유전자 치료제는 결핍되었거나 기능 이상인 유전자를 대체하기 위해 환자로부터 수집된 유전자를 재조합하는 치료제다.
원샷 치료제로 잘 알려진 CAR-T 치료제 또한 유전자 치료제의 일종이다. 환자의 T세포를 조작하여 암세포 표면의 특이적인 부분을 능동적으로 찾아내어 파괴하도록 설계되었다.
유전자 치료제는 각종 희귀 유전자 질환을 1회 투약으로 거의 완치시키는 극적인 치료 효과를 보이면서 질병 완치제로도 잘 알려져 있다.
비록 최근 들어 유전자 치료제의 접근성 및 비용 측면 한계가 부각되고 있지만, 단 한 번의 투약으로 질병 완치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잠재력은 여전히 막대하다.
그러나 중추신경계 질환 분야에서는 유전자 치료제 소식이 좀처럼 들리지 않는다. 일부 기업들이 이를 겨냥한 치료제 개발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까지 의미 있는 성과는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가장 큰 이유는 현 기술력의 한계가 꼽힌다. 유전자 치료 물질을 중추신경계에 진입시키는 것 자체가 어렵기 때문이다.
유전자 치료제는 유전자를 체내 특정 세포 안으로 넣는 기술이 핵심인데, 이를 위해 운반체(벡터)가 필요하다.
가장 널리 사용되는 방식은 바이러스 벡터다. 바이러스가 세포에 침투하는 특성을 역으로 활용해, 질병을 유발하는 병원성만 제거한 뒤 이를 유전자 치료 물질의 운반체로 사용하는 것이다.
문제는 바이러스가 중추신경계 진입 장벽 역할을 하는 혈액뇌장벽(BBB)을 쉽게 통과할 수 없다는 점이다.
물론 뇌수막염 등 BBB를 통과할 수 있는 일부 바이러스가 있지만, 단순히 CNS로 들어가는 능력만 있다고 해서 유전자 치료 물질 벡터로 활용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바이러스의 병원성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세포 침투 기능이 저하될 수 있고, 만약 바이러스에 면역 체계가 강력하게 반응하면 염증을 유도하여 부작용만 초래할 수도 있다.
이로 인해 유전자 치료 물질 전달에 사용되는 바이러스 벡터의 유형 갯수는 열 손가락에 꼽을 수 있을 정도로 매우 제한적이다.
대표적으로 뇌전증의 경우, SCN1A 유전자 변이가 주요 원인으로 밝혀졌지만, 이를 바이러스 벡터 기반 유전자 치료제로 대응하는 것은 아직도 어려운 과제로 남아 있다.
직접 뇌에 전달하는 방식?
업체들은 BBB라는 장애물을 피하기 위해 직접 뇌에 주입하는 유전자 치료제 개발에 나서고 있다. 미국 리젠엑스바이오(RegenXBio)가 개발한 헌터 증후군 치료제 후보물질 'RGX-121'(클레미드소진 란파보벡·clemidsogene lanparvovec)가 대표적이다.
이 약물은 두 가지 방식으로 투여될 수 있다. 하나는 뇌의 '안장가로막(Diaphragma sellae)'에 바늘을 넣어 뇌척수액에 약물을 주입하는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두개골을 열어 바늘을 삽입한 뒤 뇌 속 깊은 공간인 뇌실에 약물을 주입하는 방법이다. 참고로 '안장가로막'은 뇌하수체(pituitary gland)를 덮고 보호하는 경막(dura mater)의 일부로 해부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구조다.
하지만 어느 쪽이든 두 방식은 수술에 비견될 정도로 상당히 침습적인 절차다. 'RGX-121'가 향후 상용화되더라도 환자의 접근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럼에도 리젠엑스바이오 측은 단 한 번의 투약으로 헌터 증후군의 미충족 의료 수요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익성이 위해성을 훨씬 능가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참고로 헌터 증후군은 I2S라는 효소의 결핍으로 인해 GAG 당단백질이 뇌 등의 조직에 축적되며 기능을 손상시키는 질환이다. 다른 조직은 효소 대체요법(ERT)으로 GAG 축적을 막을 수 있으나, 뇌에 쌓인 GAG는 현재로서는 손쓸 방법이 없다.
따라서 이같은 치료법이 성공한다 하더라도, 헌터 증후군처럼 대안이 전혀 없는 질환에서만 제한적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