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헬스코리아뉴스 D/B][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HK이노엔이 개발한 P-CAB(칼륨 경쟁적 위산 분비 억제제) 계열 위산분비억제제 신약 '케이캡'(성분명: 테고프라잔)이 위식도역류질환(GERD) 치료 후 유지요법에서 장기 복용 안전성의 핵심 지표로 꼽히는 고가스트린혈증 발생 위험을 기존 PPI(프로톤 펌프 억제제) 계열 대표 주자인 란소프라졸보다 현저히 낮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재발 방지 효과는 란소프라졸과 동등한 수준을 유지하면서도 장기 복용 시 우려되던 안전성 측면에서 뚜렷한 우위를 보인 것으로, 향후 의료진과 환자의 치료제 선택에 이번 연구 결과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아주대학교병원, 세브란스병원, 한양대학교병원 공동 연구진은 이러한 내용의 전향적 무작위 대조 임상시험 결과를 최근 대한소화기기능성질환·운동학회의 공식 국제학술지 'Journal of Neurogastroenterology and Motility'에 발표했다.
해당 임상시험은 초기 치료로 식도염이 치유된 환자를 대상으로 케이캡 25mg(유지 용량) 또는 란소프라졸 15mg을 24주간 투여하며 혈청 가스트린 수치의 변화를 추적 관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가스트린은 위산분비를 촉진하는 호르몬이다. 우리 몸은 위산이 부족하면 가스트린을 더 많이 생성하는데, 위산 분비를 억제하면 그 보상 기전으로 혈중 가스트린 수치가 높아진다. PPI 등 위산분비억제제를 오랫동안 복용하면 이러한 고가스트린혈증이 만성화해 위 점막에 위치한 장크롬친화성 유사세포(ECL cell)의 과다 증식을 유발, 장기적으로 신경내분비종양(NET)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다수 연구 결과가 발표된 바 있다.
이번 연구 결과에 따르면, 케이캡은 란소프라졸과 비교해 혈청 가스트린 수치가 유의미하게 낮게 유지됐으며, 고가스트린혈증 발생률도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먼저 연구의 핵심인 고가스트린혈증(혈청 가스트린 수치>115pg/mL) 발생률을 살펴보면, 24주차에 측정한 고가스트린혈증 발생 환자 비율은 케이캡 투여군 16.3%, 란소프라졸 투여군 26.5%로, 케이캡 투여군이 유의하게 낮았다(P=0.039).
이러한 경향은 연구 기간 내내 일관되게 나타났다. 8주차(케이캡 14.6% vs 란소프라졸 28.2%, P=0.003)와 16주차(14.7% vs 24.3%, P=0.033)에도 케이캡 투여군의 고가스트린혈증 발생률이 현저히 낮았다.
실제 혈청 가스트린 평균 수치도 케이캡 투여군에서 더 안정적으로 관리됐다. 16주차에 측정한 케이캡 투여군의 평균 가스트린 수치는 70.3(±46.7)pg/mL로 란소프라졸 투여군 92.5(±71.1)pg/mL보다 유의하게 낮았으며(P=0.001), 24주차에도 각각 73.2(±65.2)pg/mL와 97.6(±92.2)pg/mL로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차이를 유지했다(P=0.012).
이 결과는 장기적인 위산 억제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중요한 임상적 근거로 평가된다. 케이캡의 안전성 우위가 치료 효과를 희생시킨 결과가 아니기 때문이다.
24주간의 유지요법 결과, 내시경적 관해 유지율(재발 방지 효과)은 테고프라잔 투여군 90.6%, 란소프라졸 투여군 89.5%로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즉, 케이캡은 란소프라졸과 동등한 수준의 재발 억제 효과를 보이면서도, 장기 안전성 우려를 크게 줄인 것이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에서 케이캡 25mg은 란소프라졸 15mg보다 혈청 가스트린 수치와 고가스트린혈증의 발병에 미치는 영향이 적었다"며 "특히 케이캡은 표준 용량(50mg)으로 초기 치료를 한 뒤 유지 치료를 위해 용량을 절반(25mg)으로 줄이자 혈청 가스트린 수치가 낮아지는 효과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케이캡이 특히 25mg 용량에서 고가스트린혈증과 관련된 안전성 문제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