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충정로 소재 종근당 빌딩 전경[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종근당이 자사의 면역항암 신약 후보물질 'CKD-512'의 임상시험에 본격적으로 돌입한다. 해당 시험은 진행성 또는 전이성 고형암 환자를 대상으로 단독 또는 펨브롤리주맙(제품명: '키트루다')과 병용한 'CKD-512'의 안전성, 약동학, 약력학 및 예비 유효성을 평가하는 것이다. 환자 모집은 10월 내에 개시할 예정이다.
종근당은 이런 내용을 담은 'CKD-512'의 1상 임상시험 정보를 지난 10일 미국 임상시험 등록 사이트(ClinicalTrials.gov)에 게시했다.
앞서 우리나라 식약처는 올해 3월, 'CKD-512'의 1상 임상시험계획(IND)을 승인한 바 있다. 당시 계획된 임상 개시일은 올해 9월이었으나, 준비 과정에서 행정 및 실무 절차로 인해 약 한 달 정도 지연된 것으로 보인다. [아래 관련기사 참조]
'CKD-512'은 A2A 아데노신 수용체(A2AR)에 길항 작용하는 신약 후보물질이다. 타깃인 A2AR은 도파민, 혈관 확장, 염증성 사이토카인 분비 등 인체의 다양한 생리적 기능을 조절한다.
이러한 특성 덕분에 A2AR 길항제는 과도한 도파민 신호로 인해 발생하는 파킨슨병의 치료제 및 심혈관계 질환 치료제로 현재 활용되고 있다.
또 다른 주요 기능은 면역 세포의 활성을 억제하는 것이다. A2AR는 면역 세포의 활성을 저해하여 과도한 면역 반응을 제어한다. 무엇보다 암세포는 A2AR 생성을 유도해 면역 세포의 공격을 회피하는데, 이는 면역관문 단백질 PD-1에 작용하는 방식과 유사하다.
이로 인해 A2AR 길항제는 미국 MSD의 블록버스터 의약품 '키트루다' 인기와 함께 면역 항암제로 주목받게 되었다. A2AR에 길항 작용하여 면역 세포의 암 공격력을 높이는, 일종의 면역관문 억제제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면역 항암제로서 A2AR 길항제 개발 시도는 종근당이 최초는 아니다. 영국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 AZ)는 지난 2016년 6월 자사의 A2AR 길항제 후보물질 'AZD-4635'의 1상에 착수한 바 있다. 용법은 면역관문 억제제와의 병용이었다.
그런데 1상 이후 2상에서 'AZD-4635'+면역관문 억제제 병용요법이 면역관문 억제제 단독요법 대비 통계적인 치료 유효성을 증명하지 못하자 AZ는 개발을 중단했다.
하지만 종근당은 'CKD-512'의 개발을 추진하며 AZ 이후 퍼스트 무버에 다시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 회사는 2024년 공시를 통해 "동일 기전으로 승인된 치료제가 부재하다"며 'CKD-512'의 차별화된 경쟁력을 강조하기도 했다.
따라서 종근당이 이번 임상을 통해 'CKD-512' 개발에 성공할 경우, 새로운 면역관문 억제제라는 타이틀을 거머쥘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면역관문 억제제에 새로운 약물을 병용하는 요법은 최근 업계의 큰 관심을 받고 있는데, 이는 면역관문 억제제가 부작용은 적지만 단독으로는 반응률이 낮다는 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것이다.
종근당의 'CKD-512' 외에도 대표적인 면역관문 억제제의 병용 약물로는 동아에스티의 'DA-4511'이 있다. 다만 'DA-4511'은 SHP1 억제제 계열이라는 것이 차이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