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 치매 환자 [출처=Education for Rural and Underserved Communities 유튜브 영상][헬스코리아뉴스 / 이창용] 자가 시행 디지털 인지검사와 혈액 바이오마커를 결합하면 1차 진료에서 알츠하이머병을 더 정밀하게 가려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스웨덴 룬드대학교와 스코네대학병원 연구팀의 연구 성과다.
알츠하이머병은 초기에 환자 스스로 기억력이 떨어졌다고 호소하는 주관적 인지저하 단계에서 시작한다. 이후 경도인지장애(MCI) 단계로 진행하며, 결국 치매 단계로 악화될 수 있다.
문제는 환자를 처음 만나는 1차 진료에서 진단 정확도가 낮다는 점이다. 실제로 기존 보고에 따르면 바이오마커로 뒷받침되지 않은 1차 진단에서는 40% 가까이 오진율이 발생한다.
지금까지 주로 사용된 검사는 연필로 종이에 쓰는 방식인 MMSE, MoCA, Mini-Cog 같은 간단한 인지검사였다. 하지만 이런 검사는 의료 인력이 옆에서 지시해야 하고, 의료 인력의 해석 방식이나 숙련도 차이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기도 한다.
반면, PET(Positron Emission Tomography·양전자 방출 단층촬영)이나 뇌척수액 검사 같은 바이오마커 검사는 정확도가 높지만 비용이 비싸거나 침습적이어서 모든 환자에게 적용하기 어렵다.
최근 혈액에서 특정 단백질(p-tau217 등)을 검출하는 검사가 높은 정확도를 보여 주목받고 있지만, 객관적 인지장애가 없는 단계에서 바로 쓰면 거짓 양성(위양성) 위험이 크다는 지적이 있다. 실제 진료 지침에서도 '먼저 객관적 인지장애를 확인한 뒤 바이오마커 검사를 한다'는 원칙을 강조하는 이유다.
스웨덴 룬드대학교와 스코네대학병원 연구팀은 이러한 한계를 개선하기 위해 '바이오코그(BioCog'이라는 태블릿 기반 짧은 자가 시행 디지털 인지검사를 개발했다.
'BioCog'는 단어를 외운 뒤 곧바로 말해보고, 몇 분이 지난 뒤 다시 떠올리거나 맞히는 과제, 처리 속도를 측정하는 과제, 날짜·요일·연도 같은 시간 묻는 간단한 질문으로 구성했다. 평균 소요 시간은 11분 정도로 짧고, 별도의 의료 인력이 감독하지 않아도 시행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연구진은 'BioCog' 검사 결과와 환자의 나이 등 기본 정보를 활용해 예측 모델을 만들었다. 이후 동네 의원 등 1차 진료 기관 19곳에서 모집한 환자 403명에게 적용해 실제 성능을 검증했다.
진료 환자군의 평균 나이는 77세였고, 이들 가운데 절반 이상은 정밀 신경심리검사에서 인지장애가 있는 것으로 판정됐다.
BioCog, 1차 진료서 성능 검증
연구팀이 개발한 'BioCog' 검사는 이 환자들을 가려내는 데 85%의 정확도를 보였다. 이는 같은 환자들을 진료한 1차 진료 의사의 종합 판단(정확도 73%)보다 높은 것이다.
여기에 더해 환자들을 단순히 정상과 인지장애로만 구분하는 것이 아니라, 정상·인지장애·중간 그룹(추가 평가 필요) 세 집단으로 나누었다. 이는 모호한 사례를 억지로 정상이나 인지장애로 단정하지 않고 별도 집단으로 처리했다는 의미다. 이 방식을 적용했을 때 진단 정확도는 90%까지 올라갔다.
연구팀은 더 나아가 'BioCog'로 먼저 객관적 인지장애를 걸러낸 뒤, 혈액 바이오마커 검사로 알츠하이머병 여부를 확인하는 2단계 전략을 모의 실험했다.
그 결과, 1차 진료에서 이뤄지는 표준 진료(임상 평가, MMSE·MoCA 같은 인지검사, 뇌 CT 검사 등을 종합한 판단)의 정확도는 70%였다. 혈액검사 단독은 80%였다. 이에 비해 'BioCog'와 혈액검사를 결합한 방식은 90%로 더 높았다.
이는 'BioCog'로 먼저 환자를 추려낸 뒤 혈액검사를 하면, 1차 의원 의사의 판단이나 혈액검사 단독보다 훨씬 더 정확하다는 뜻이다.
연구팀은 "이 연구의 핵심 결론은 디지털 인지검사와 혈액 바이오마커를 결합하는 것이 1차 진료의 효율성뿐만 아니라 알츠하이머병 진단의 정확도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이 같은 성과가 있었음에도 몇 가지 제약도 있었다. 연구는 이미 기억력 저하 등 인지 증상을 호소했고, 1차 진료 의사가 신경퇴행성 질환 가능성이 있다고 본 환자에 한정됐다. 증상이 있는 환자군에서 진단 보조 효과를 보여준 것이다.
따라서 무증상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조기 검진에는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이 밖에도 스웨덴 환자 집단에서만 이루어진 연구인 만큼, 여러 언어와 문화권에서의 검증 역시 필요하다.
이 논문은 의료 학술지 '네이처 메디신(Nature Medicine)'에 'Primary care detection of Alzheimer's disease using a self-administered digital cognitive test and blood biomarkers'라는 제목으로 최근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