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식품의약국(FDA) 전경[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미국 애브비(Abbvie)의 피하주사 제형 이중특이성 항체 치료제 '엡킨리'(Epkinly, 성분명: 성분명: 엡코리타맙·epcoritamab)가 드물지만 치명적인 부작용 경고를 받으면서 피하주사 제형의 장점이 무색해진 모양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 15일(현지 시간), '엡킨리'의 제품 사용설명서를 이런 내용으로 갱신했다. '엡킨리' 투약 이후 이상반응으로 진행성 다초점 백질뇌병증(PML)이 발생할 수 있다는 추가 경고를 담았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엡킨리'를 투약 받은 전체 환자 3072명 중 11명(0.4%)에서 PML이 발생했고, 이 가운데 7명은 사망했다.
PML 발병 사례는 지난 2024년 처음 보고된 바 있다. 미국의 50대 여성 환자는 여포 림프종 재발 치료를 위해 '엡킨리'를 11회 투약 받았는데, 그 이후 PML이 발생했고 진단 3개월 만에 생을 마감했다.
투약 편의성 그러나 치명적 부작용
'엡킨리'의 대상 질환은 혈액암으로, 혈액암은 주로 B세포의 과발현으로 발병한다. 표준 치료법은 화학 항암제를 투약하는 것이지만, 대부분의 환자가 재발하거나 치료에 불응하는 경우가 잦다.
'엡킨리'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할 것으로 기대받는 이중특이성 항체 치료제다. T세포 표면의 CD3와 B세포 표면의 CD20에 동시에 결합하여 T세포를 매개로 B세포를 제거하는 기전이다. 일종의 면역 항암제인 셈이다.
동일한 기전의 이중특이성 항체 치료제로는 스위스 로슈(Roche)의 '룬수미오'(Lunsumio, 성분명: 모수네투주맙·mosunetuzumab)가 있다. '룬수미오'와 '엡킨리'는 재발성·불응성 혈액암 치료제로 각각 2022년 12월, 2023년 5월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취득한 바 있다.
두 약물의 차이점이라면, 바로 투약 편의성이다. '엡킨리'는 피하주사 경로로 투약되는 반면, '룬수미오'는 정맥주사 경로로 투약된다. 일반적으로 정맥주사 대비 피하주사의 편리함으로 인해 시장 경쟁은 '엡킨리'의 판정승으로 예고되었다.
실제로 2024년 '엡킨리'는 2억 8100만 달러(한화 약 38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으나, 먼저 출시된 '룬수미오'의 매출은 7700만 달러(한화 약 1000억 원)에 그쳤다.
그런데 이번에 PML이라는 드물지만 치명적인 부작용이 '엡킨리'에 추가되면서 이전까지의 투여 편의성이라는 장점이 다소 상쇄되는 모습이다. 물론 발생률은 0.4%로 낮지만, 잠재적 위험을 완전히 무시하기는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투약은 편리하지만 치명적인 부작용 위험이 존재한 '엡킨리'와 ▲투약은 불편하나 부작용은 상대적으로 관리 가능한 '룬수미오'라는 선택이 환자와 의료진의 판단에 따라 갈리는 상황이 됐다.
한편,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2024년 6월 '엡킨리'를 품목허가 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