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헬스코리아뉴스 / 이창용] 정부의 강력한 리베이트 처벌 의지에도 불구하고 제약업계 일부의 불법 리베이트 제공 관행이 근절되지 않자, 국민건강보험공단까지 우려를 표하며 '성분명 처방' 도입 등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은 2일 '제약사 불법 리베이트는 건강보험 재정과 국민 건강권을 위협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통해 "제약사 불법 리베이트 근절을 위한 철저한 수사와 함께 약가제도 개선 및 성분명 처방 확대를 통한 건강보험 재정절감 대책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성명은 최근 언론 보도를 인용, "D제약사 영업직원들이 전국 380여 개 병원을 방문하며 학술행사 지원을 빌미로 신약처방을 유도하고 자사제품 처방 확대를 위해 수 억원을 제공한 정황이 공개되었다"며 "신약 개발을 통해 국민건강을 돌봐야 할 제약사가 금전적 이익만을 우선시하며 보건의료의 공정성과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한 행위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노조는 이번 사건을 단순한 금전 거래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 건강과 생명을 다루는 의료의 근간을 뒤흔드는 심각한 문제로 규정했다.
우선 불법 리베이트는 건강보험 재정누수를 초래한다는 설명이다. 리베이트를 목적으로 불필요한 의약품을 과도하게 처방할 경우 약가 원가에 반영되어 건강보험 재정에 불필요한 부담을 지우게 되고 이는 곧 건강보험료 부담의 주체인 국민과 기업의 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의료비 상승과 환자 부담도 가중된다고 지적했다. 리베이트가 반영된 약제는 가격 경쟁력을 상실하는데, 이는 환자의 본인부담금 증가와 전체 의료비 인플레이션으로 귀결된다는 것이다.
특히 만성질환 환자나 경제적 취약계층에게 더 큰 부담이 전가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최근 발표된 통계에 의하면 작년(2024년) 한해 동안 건보공단이 부담한 의약품비용(약값)은 무려 27조 원에 달했다. 이 금액은 5년 사이에 누적 증가율 39%로 매년 평균 7.8%씩 꾸준히 늘어난 수치이다. 이는 고령화로 인한 노인의료비의 증가 요인뿐만 아니라 리베이트로 인한 약제비의 거품 또한 가중된 것으로 의심된다는 것이 노조의 판단이다.
리베이트는 결과적으로 환자의 건강권을 침해하고 의료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심각하게 훼손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의사가 환자의 상태보다 리베이트를 많이 제공한 제약사의 약을 우선하여 처방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효능이 낮거나 필요 없는 약물이 투여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환자는 불필요한 부작용이나 약물 중복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리베이트를 수수한 의료인이 특정 의약품을 우선시할 경우, 의학적 판단이 아닌 금전적 이해가 환자의 치료를 결정하게 되어 의료윤리와 국민의 신뢰를 정면으로 위반하게 된다.
"리베이트 근본 원인은 왜곡된 약가구조 때문"
노조는 리베이트의 근본 원인은 우리나라의 왜곡된 약가구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노조는 "특히 세계에서 가장 높은 우리나라의 제네릭(복제의약품) 약가는 리베이트만으로 막대한 이윤을 보장하는 구조"라며 "이는 신약 개발은커녕 최소한의 연구조차 필요 없는 리베이트 중심 영업을 가능하게 하며 국민건강권과 건강보험 재정을 잠식하는 악순환을 고착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럼에도 단속과 처벌로 이어지는 경우의 수는 빙산의 일각이라는 게 노조의 설명이다. 그만큼 적발이 쉽지 않다는 얘기다.
노조는 "이런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단속과 처벌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정부입찰제와 개별 약가협상 등 공급자 간 가격 경쟁을 통한 약가인하 또는 참조가격제와 같은 가격 탄력적 제도 등 약가제도 개선이 근본적 해법"이라고 제안했다.
노조는 "해외의 의약분업 사례에서 다수의 선진국들이 시행하고 있거나 권장하고 있는 상품명처방과 성분명처방의 병행운영도 해법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성분명 처방은 상품명 처방권을 이용한 불법리베이트를 차단하고, 동일 성분 간 가격 경쟁을 통한 건강보험 재정 절감과 과다처방·중복처방을 방지하는 합리적 대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노조는 "공급자 간 경쟁과 소비자 선택기반 경쟁은 상호보완적으로 작동하며 왜곡된 약가 구조와 리베이트 구조를 근본적으로 해체하는 가장 효과적인 정책 조합"이라며 새정부를 향해 불법 리베이트를 근절할 수 있는 약가인하, 성분명처방, 정부입찰제, 참조가격제 도입 등 근본적 대책의 즉각 추진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