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면역 항암제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면역 항암 신약 개발에 잇따라 뛰어들고 있다.
면역 항암제는 체내 면역 체계를 활성화하여 암을 치료하는 약물이다. 면역세포를 토대로 종양의 성장을 억제하거나 세포 사멸을 유도하도록 하는 기전이다. 가장 잘 알려진 면역 항암제는 면역관문 억제제다.
이 약물은 기존의 면역 반응을 조절하는 방법이라 1세대 화학 항암제의 세포독성 부작용이 없다. 2세대 표적 항암제가 암종에 따라 쓰임새가 제한되는 반면, 면역 항암제는 암의 종류와 관계 없이 효과를 보인다. 이로 인해 면역 항암제는 표준 항암 요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추세다.
대표적인 면역 항암제는 MSD의 '키트루다'(Keytruda, 성분명: 펨브롤리주맙·pembrolizumab). '키트루다'는 면역반응을 억제하는 면역관문 단백질 PD-1에 선택적으로 작용하여 면역 체계의 활성을 유도하고, 암세포에 대한 공격력을 높이는 기전이다.
이 약물은 현재 16개의 암 유형에 걸쳐 널리 사용되고 있다. 이를 토대로 '키트루다'는 2023년 250억 달러(한화 약 34조 5000억 원)의 수익을 올리며 당해 의약품 매출 1위를 기록했다.
우리나라에서도 '키트루다'는 맹활약하고 있다. 아이큐비아 기준 '키트루다'는 2023년 3987억 원의 처방 매출을 올렸다. 이는 전체 면역 항암제 시장(7308억 원)의 절반 이상(54.6%)을 가져간 것이다. 특정 항암제가 이처럼 높은 매출을 기록한 것은 인류 역사상 처음이다.
'키트루다'의 명성을 지켜본 국내 기업들은 너도나도 새로운 '기적'을 만들어 내기 위한 행렬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국내 기업들의 전략은 크게 ⓛ병용요법과 ②신계열 면역 항암제 등 2개로 분류된다. '키트루다'가 이미 면역 항암제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만큼, ⓛ'키트루다'의 반응률을 높일 수 있는 병용요법 약물(경구제)을 선보여 빠른 시장 진입을 시도하거나 ②새로운 작용 기전의 면역 항암제를 통해 시장을 개척하고자 하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동아ST·티움바이오, '키트루다' 병용요법 약물 개발 중
①의 접근법을 채택하고 있는 곳은 ▲동아에스티와 ▲티움바이오가 대표적이다. 두 회사는 각각의 경구용 면역 항암제 ▲'DA-4505' ▲'TU2218'와 '키트루다'의 병용요법을 평가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동아에스티의 'DA-4505'는 아릴탄화수소수용체(AhR) 길항제로, AhR은 다양한 선천 면역과 후천 면역 활동을 조절하는 트립토판의 대사물질 인자다. AhR이 과발현되면 T세포, 대식세포, 수지상세포 등 면역세포의 활성을 억제한다. 'DA-4505'는 AhR에 길항 작용하여 면역세포의 항상성을 유지하는 기전이다.
동아에스티가 실시한 전임상 실험에 따르면, 'DA-4505'는 AhR을 저해함으로써 종양미세환경에서 억제된 면역반응을 복구시켰다. 수지상세포, T세포 등 자극성 면역세포를 활성화시키고 암세포가 면역을 억제하는 기능을 감소시켰다.
동아에스티는 2023년 11월,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DA-4505'의 임상 1/2상 시험 계획(IND)을 승인받은 바 있다. 시험은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고형암 성인 환자를 대상으로 'DA-4505' 단독요법 또는 '키트루다' 병용요법의 안전성, 내약성, 약동학, 약력학 및 유효성을 평가하는 것이다. [아래 관련기사 참조]
▲티움바이오의 'TU2218'는 면역세포의 활성을 저해하는 형질전환성장인자(TGF-ß) 및 혈관내피성장인자(VEGF)에 작용하여 신호 전달 경로를 동시에 차단하는 약물이다. '키트루다'와 병용 사용 시 치료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티움바이오는 16일 'TU2218'의 임상 1/2상 시험 계획(IND) 변경을 식약처로부터 승인받았다. 식약처는 앞서 2023년 5월, 'TU2218'의 1/2상 IND을 승인한 바 있다.
변경된 내용은 1/2상 통틀어서 기존의 대상 질환이었던 진행성 고형암이 2상에서 담도암, 두경부 편평세포암, 결장직장암으로 세분화된 것이다. 해당 임상은 시험 참여자를 대상으로 'TU2218' 및 '키트루다' 병용요법의 안전성, 약동학, 예비 효능을 평가하는 것이다.
지놈앤컴퍼니·에스티큐브, '키트루다'에 도전장
반면, ▲지놈앤컴퍼니와 ▲에스티큐브는 각각 ②새로운 타깃의 면역 항암제 ▲'GENA-104'와 ▲'hSTC810'(성분명: 넬마스토바트)의 개발에 공을 들이며 '키트루다'에 정면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지놈앤컴퍼니의 'GENA-104'는 지놈앤컴퍼니가 자체 발굴한 신규 면역관문 타깃 CNTN4를 표적하는 면역 항암제 후보 물질이다. 전임상 실험을 통해 CNTN4는 여러 암종에서 발현된다는 것과 'GENA-104' 투여 시 CNTN4를 억제하여 면역 항암 효과가 있다는 것을 확인됐다.
지놈앤컴퍼니는 올해 1월, 식약처로부터 'GENA-104'의 임상 1상 시험 계획(IND)을 승인받았다. 시험은 진행성 고형암 환자 80명을 대상으로 'GENA-104'의 안전성 및 내약성을 평가하는 것이다.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오는 2026년 11월까지 진행할 예정이다.
▲에스티큐브의 'hSTC810'는 신규 면역관문 단백질 BTN1A1에 선택적으로 작용하는 약물이다. BTN1A1는 기존의 면역 항암제에 잘 반응하지 않는 소세포폐암(SCLC), 대장암, 두경부암 등의 암종에서 발현율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화학요법과 병용 투여 시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에스티큐브는 지난해 9월, 식약처로부터 2건의 'hSTC810'에 대한 임상 1상 시험 계획(IND)을 승인 받았다. 하나는 전이성·불응성 SCLC에서 'hSTC810'+파클리탁셀, 다른 하나는 전이성·불응성 대장암에서 'hSTC810'+카페시타빈을 평가하는 것이다.
국내 기업들의 면역항암제 개발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오는 2028년쯤 가시적 성과가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과연 어느 기업이 가장 먼저 시장의 승기를 잡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