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이창용] 드라이클리닝에 널리 쓰이는 화학물질이 건강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는 간섬유화 위험을 3배 이상 높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남캘리포니아대학교(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 USC) 켁의과대학 연구팀은 미국 성인 1614명을 분석한 결과, 혈액에서 테트라클로로에틸렌(tetrachloroethylene, PCE)이 검출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유의한 간섬유화 가능성이 3.17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PCE는 퍼클로로에틸렌(perchloroethylene)으로도 불리는 휘발성유기화합물(VOC)이다. 기름과 얼룩을 제거하는 능력이 뛰어나 드라이클리닝을 비롯한 산업 현장에서 오랫동안 사용돼 왔다.
동물실험에서는 PCE가 간독성을 일으킬 가능성이 제기돼 왔지만, 일반인을 대상으로 실제 노출과 간질환의 관계를 분석한 임상 자료는 제한적이었다. 연구팀은 직업적으로 고농도 PCE에 노출된 근로자뿐 아니라 일반 인구에서도 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확인했다.
드라이클리닝에 널리 쓰이는 화학물질이 건강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는 간섬유화 위험을 3배 이상 높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AI 생성 이미지]혈중 PCE 검출되면 간섬유화 가능성 3.17배
연구팀은 미국 국민건강영양조사(NHANES) 2017~2020년 자료를 이용해 성인 1614명의 혈중 PCE 농도와 간 상태를 분석했다. 간섬유화는 간이 반복적으로 손상되면서 정상 조직 대신 흉터 조직이 쌓이는 상태다. 진행되면 간경변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연구팀은 진동제어 일과성 탄성검사(vibration-controlled transient elastography)를 이용해 간경직도를 측정하고, 8.2 kPa를 초과하면 유의한 간섬유화가 있는 것으로 정의했다.
분석 결과 전체 참가자 가운데 혈액에서 PCE가 검출된 사람은 116명이었다. 미국 전체 인구를 반영한 가중 비율로는 7.4%였다. PCE 검출군은 비검출군보다 유의한 간섬유화 가능성이 3.17배 높았다. 연령과 성별, 인종·민족, 체질량지수, 음주, 당뇨병 등 간질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여러 요인을 보정한 뒤에도 이러한 연관성은 유지됐다.
혈중 PCE 농도가 높을수록 위험이 커지는 양상도 나타났다. PCE 농도가 1 ng/mL 증가할 때마다 유의한 간섬유화 가능성은 5.13배 높아졌다. 다만 이 수치는 신뢰구간이 1.09~24.26으로 넓어 해석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연구팀이 계산한 유의한 간섬유화의 예측 확률 차이는 PCE 검출군과 비검출군 사이에서 27.7%포인트였다.
생활환경 속 화학물질도 간질환 위험요인 가능성
연구팀은 다른 휘발성유기화합물 노출의 영향을 배제하기 위한 대조 분석도 실시했다. 여러 VOC 노출을 반영하는 생체지표를 이용해 비교한 결과, 간섬유화와의 연관성이 단순히 전반적인 화학물질 노출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라기보다 PCE와 별도로 관련됐을 가능성이 뒷받침됐다.
이번 결과는 간질환 위험을 평가할 때 비만이나 음주, 바이러스성 간염 같은 전통적인 위험요인뿐 아니라 환경 유해물질 노출도 살펴볼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다만 이번 연구는 특정 시점의 노출과 질환 상태를 동시에 살펴본 횡단면 연구다. 따라서 PCE 노출이 간섬유화를 직접 일으켰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연구진 역시 PCE가 실제 간질환의 원인이 되는지 확인하려면 장기간 사람을 추적하는 전향적 연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리버 인터내셔널(Liver International) 2025년 11월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