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두막을 수리하는 모습(왼쪽)과 오두막에 앉아 있는 허치슨. /연합뉴스 제공 미국 시애틀의 20대 청년 패트릭 허치슨은 작가의 꿈을 뒤로 하고 지역 광고회사에서 카피라이터로 일하던 평범한 사람이다. 그는 삶의 길을 잃은 자신과 달리 결혼해서 자녀를 낳고, 대학원에 진학하는 등 주위 인물을 보며 불안을 느낀다.
최소한의 목표라도 가지고 싶었던 그는 '책임감의 상징'으로 집을 사기로 한다. 한정된 예산 탓에 점점 외곽으로 눈을 돌리다 발견한 것은 중고거래 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단돈 7500달러(약 1100만원)의 3평짜리 숲속 오두막 한 채였다. '어른의 세계'에 진입하겠다는 애초 목표에 썩 부합하는 선택은 아니었으나 홀린 듯 덜컥 오두막을 샀다.
'내 작은 숲속 오두막으로' 책표지. /연합뉴스 제공 신간 '내 작은 숲속 오두막으로'(웅진지식하우스)는 패트릭이 전기도 없는 낡은 오두막을 사서 하나하나 직접 고쳐가면서 동시에 자신의 삶에서도 방향과 목표를 찾아가는 이야기를 담았다.
사실 오두막을 사기 전에도 패트릭의 삶은 그럭저럭 견딜 만했다. 주차 공간도 없는 회사에 꼭두새벽에 출근해 동료들과 지겨운 대화를 반복해야 했지만 급여나 복지는 괜찮았다. 일을 하며 보내는 주 40시간은 불편했지만, 나머지 주 128시간을 편안하게 보내려면 이 정도는 참아야 했다.
그렇게 살던 패트릭에게 숲속 오두막은 일종의 경종 같은 것이었다. 오두막은 그에게 '안정'의 공간인 동시에 '일탈'의 공간이었다. 집과 직장, 연인이 매년 바뀌던 시기에 오두막은 변하지 않는 유일한 장소였고, 지겨운 회사 생활의 숨구멍이었다.
"회의 중에는 회의실을 박차고 나가서 오두막으로 달려가는 상상을 했다. (중략) 사무실, 책상, 컴퓨터라는 보이지 않는 감옥에 갇혀 있어도 오두막이 선사하는 가능성이 폐소공포증을 잠재웠다. 완벽한 탈출구가 있다고 생각하니 탈출하고 싶다는 욕구도 전보다 잠잠해졌다."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지도 모르는 낡은 오두막을 친구들과 함께 직접 천천히 고치고 채워나가는 것은 스스로가 무언가를 능동적으로 개척한다는 느낌을 줬다.
숲속의 단순하고 소박한 삶이라는 점에서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을 연상시키면서도 사람들의 온기가 더해지고, 저자의 위트로 완성된 패트릭의 오두막 수리기는 미국 아웃도어 잡지에 연재돼 'MZ판 월든'으로 인기를 끌고 책으로 묶여 나왔다.
"오두막이 내 인생의 방향을 근본적으로 바꿔놓았다"고 말하는 패트릭은 이제 카피라이터가 아닌 목수가 돼서 숲속 오두막을 짓는 일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