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헬코미디어)[헬스코리아뉴스] 응급환자가 치료할 병원을 찾지 못해 여러 의료기관을 전전하는 문제를 줄이기 위한 응급의료법 개정안이 지난 1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했다. 개정안은 중증 응급환자의 이송 병원이 신속하게 결정되지 않을 경우 중앙응급의료상황실뿐 아니라 119구급상황관리센터도 이송 병원을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 예외 사례를 두고 있기는 하지만 사실상 의료기관의 응급환자 수용 의무를 강제하고 있는 셈이다. 환자 수용 능력과 진료 기능은 응급의료 정보통신망을 통해 실시간으로 확인하도록 했다.
병원이 환자를 받을 수 없는 사유도 구체화했다. 시설·장비·인력 등 응급의료자원이 모두 사용 중이어서 추가 환자에게 적절한 처치를 제공하기 어렵거나, 최종진료를 담당할 인력이 이미 다른 환자의 수술이나 치료를 하고 있는 경우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지정받은 의료기관의 응급의료진에 대한 형사책임 면제 범위도 확대했다.
법안의 취지는 분명하다. 119가 중증 환자의 이송 병원을 찾느라 전화와 협의를 반복하는 시간을 줄이고 상황실이 실시간 의료자원 정보를 바탕으로 이송을 조정하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올해 3월부터 광주·전북·전남에서 시행한 응급환자 이송체계 혁신 시범사업도 상황실이 이송 병원을 조정하는 구조를 적용했고, 정부는 이를 전국으로 확대하고 있다.
쟁점은 환자가 응급실에 도착한 다음이다. 중증 응급환자는 응급의학과 진료만으로 치료가 끝나는 경우가 거의 없다. 뇌출혈 환자라면 신경외과 수술이 필요할 수 있고, 대동맥박리나 중증 외상은 흉부외과·외과 수술과 중환자실 치료까지 이어져야 한다. 의료계가 이번 개정안을 두고 전문의와 수술실, 중환자 병상 등 배후진료 역량을 문제 삼는 이유다. 실제 개정안 역시 최종진료 인력이 다른 환자를 치료하고 있는 경우 등을 수용 곤란 사유로 인정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현행법에 있던 이송 전 병원의 수용 능력 확인 절차가 개정안에서 빠졌다는 점을 문제로 제기했다. 환자가 병원에 도착하기 전 제한된 정보만으로 중증도를 정확하게 판단하기 어렵고, 응급실이 환자를 수용한 뒤 실제로 필요한 전문과 진료를 제공하지 못하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와 현장 의료진 역시 의료기관의 시설·인력·장비 상황은 시시각각 달라, 실시간 정보만으로 수용 가능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그렇다면 이번 법 개정안은 그동안 애매했던 몇몇 조항을 명문화했다는 것 외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 특히 수용 능력 확인 절차 삭제는 환자의 위험을 더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치명적 실수라 아니할 수 없다.
지금도 119와 상황실은 병원의 수용 가능 여부를 확인하며 이송 병원을 찾고 있다. 지정 권한을 넓히더라도 실제 치료할 인력과 시설이 부족하면 현장의 병목은 그대로 남을 수밖에 없다. 배후진료 역량을 그대로 둔 채 병원 지정 권한만 넓히는 법 개정으로 응급환자 치료가 얼마나 달라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