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시민의회 의장 유 효 근 두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 그리고 다섯 명이 다쳤다.
지난 19일 안성시 공도읍 공도10호 어린이공원에서 열린 ‘2026 안성 나눔의 녹색장터’를 준비하던 중 안성시 소속 1t 트럭이 행사장 안으로 돌진하면서 발생한 사고다.
숨진 40대 여성과 10대 남성은 모자 관계로 확인됐다. 한순간에 가족을 잃은 유가족의 슬픔을 무엇으로 위로할 수 있을까.
사고 원인이 무엇인지는 경찰의 수사를 통해 밝혀져야 한다. 차량 결함인지, 운전자의 조작 문제인지, 또 행사장 안전관리와 차량 동선에 미흡한 점은 없었는지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
그러나 사고 원인을 밝히는 것만으로 행정의 책임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시민들이 묻는 것은 단순히 ‘누가 잘못했느냐’가 아니다. 왜 이런 사고를 막지 못했는지, 무엇이 부족했는지, 그리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안성시가 무엇을 바꿀 것인지다.
안성시는 사고의 원인 규명과 함께 행사장 안전관리 체계를 전면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기간제 근로자의 채용과 업무 배치, 차량 운행 자격과 교육, 차량 관리, 행사장 차량 진입 기준 등도 다시 살펴야 한다.
하지만 시민들이 느낀 아쉬움은 안전관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사고 직후 시민들은 현장으로 달려가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유가족에게 위로를 전했다. 작은 추모공간에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졌고, 학생을 비롯한 시민들이 직접 추모의 글을 남겼다. 내혜홀 광장에 마련된 분향소에도 시민들의 조문이 이어졌다.
그런데 이처럼 시민들이 슬픔을 함께 나누는 동안 시장의 행보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마음은 편하지 않았다. 김보라 시장이 기존 일정 때문에 사고 현장을 떠난 것을 두고시민들의 비판이 거세졌다.
일정상 불가피한 사정이 있었을 수 있다. 그러나 행정의 최고 책임자에게는 일정의 문제가 아니라 그 순간 무엇이 시민에게 가장 중요한가를 판단하는 리더십이 요구된다.
더욱이 사고 직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에는 프랑스 현지에서 찍은 밝은 분위기의 사진과 여행 관련 글이 게시되면서 시민들의 감정은 더욱 복잡해졌다.
사진을 올리는 행위 자체가 잘못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출장 목적과 일정 역시 별도의 문제다. 그러나 두 시민이 목숨을 잃고 가족과 동료, 시민들이 깊은 슬픔에 빠진 시점이었다는 점에서 시장의 행보와 메시지가 시민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는 충분히 살폈어야 한다.
공직자의 말과 행동에는 때가 있다. 시민들이 원하는 것은 거창한 말이 아니다. 유가족의 손을 잡고 “얼마나 힘드시겠습니까”라고 말해주는 것, 다친 시민들의 회복을 걱정하는 것, 현장에서 함께 슬퍼하는 것, 그리고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약속하는 것이다. 행정은 예산과 정책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결국 사람의 마음을 살피는 일이다.
아울러 이번 사고뿐 아니라 최근 안성시를 둘러싸고 제기된 여러 논란에 대해서도 ‘모르쇠’로 지나갈 것이 아니라 시민의 목소리를 듣고 설명할 것은 설명하며 고칠 것은 고쳐야 한다.
시장은 시민 위에 있는 사람이 아니다. 시민이 선택하고 시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행정을 책임지는 사람이다. 그래서 시장에게 필요한 것은 화려한 행보보다 책임지는 자세이고, 홍보보다 현장의 목소리이며, 변명보다 진심 어린 소통이다.
‘역지사지(易地思之)’라는 말이 있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라는 뜻이다. 만약 내 가족이 사고를 당했다면, 내가 유가족이라면, 내가 그 현장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다면 과연 지금의 행정 대응과 시장의 모습을 어떻게 받아들였을지 한 번쯤 생각해 볼 일이다.
우리 사회에는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이 있다. 때로는 수억 원의 지원보다 따뜻한 말 한마디가 먼저 필요한 순간도 있다. 안성시민들은 완벽한 시장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잘못이 있다면 인정하고, 부족했다면 고치고, 사고가 발생했다면 누구보다 먼저 현장으로 달려가 시민과 함께 아파하는 시장을 바라는 것이다. 이번 참사가 단순한 사고로 끝나서는 안 된다.
두 희생자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안전관리 체계를 철저히 고치고, 행정의 우선순위를 다시 세워야 한다. 그리고 시장을 비롯한 모든 공직자는 시민의 눈높이에서 자신의 말과 행동 하나하나를 돌아봐야 한다.
시민에게 힘이 되는 시장, 시민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는 행정. 그것이 지금 안성시가 시민들에게 보여줘야 할 가장 기본적인 모습이다.
더 이상 시민들이 “우리의 행정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라고 묻지 않도록, 이제는 말이 아닌 행동으로 답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