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헬코미디어)[헬스코리아뉴스] 병원급 의료기관에서 발생한 비급여 진료비가 한 달에 7500억 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달 실적을 단순히 1년으로 환산하면 약 9조 원이다. 환자가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못하고 직접 부담하는 의료비가 이 정도 규모라면 정부가 관리에 나서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비급여 규모가 크다는 이유만으로 비급여 자체를 문제로 규정해서는 곤란하다.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공개한 '2025년도 하반기 비급여 보고제도' 분석 결과를 보면 지난해 9월 병원급 의료기관 4098곳에서 발생한 1251개 비급여 항목의 진료비는 7499억 원이었다. 병원이 3122억 원으로 41.6%를 차지했고 종합병원 1587억 원, 상급종합병원 1084억 원 순이었다.
정부는 이를 12개월로 단순 환산할 경우 연간 약 8조 9986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다만 이 수치는 실제 연간 비급여 진료비가 아니다. 정부 역시 한 달 진료비를 단순히 12배 한 값이어서 실제 규모와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명시했다. '비급여 9조 원'이라는 숫자만 앞세워 의료현장을 과잉진료의 온상처럼 몰아가서는 안 되는 이유다.
실제로 지난해 9월 비급여 진료비는 같은 해 3월 6864억 원보다 635억 원 늘었다. 하지만 증가분 모두를 진료량 증가나 과잉진료로 해석할 수는 없다. 분석 대상 의료기관이 4000곳에서 4098곳으로 늘었고 기관당 평균 비급여 진료비도 증가했다. 전체 진료비에서 비급여가 차지하는 비중은 3월보다 약 0.2%포인트 높아졌다.
그렇다고 비급여 관리 필요성이 작다는 뜻은 아니다. 비급여는 건강보험의 가격 통제를 받지 않아 의료기관별 가격 차이가 크고, 환자가 적정 진료 여부를 판단하기도 쉽지 않다. 특히 의과 비급여 가운데 1인실 상급병실료가 561억 원, 도수치료가 552억 원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정형외과 비급여만 2024억 원으로 전체의 27%에 달했고, 근골격계·결합조직 질환 관련 비급여도 2171억 원으로 가장 많았다.
반복적이고 의학적 필요성이 낮은 진료, 환자가 충분한 설명을 받지 못한 채 선택하는 고가 치료, 가격과 효과의 상관관계를 확인하기 어려운 비급여는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정부가 도수치료를 관리급여 대상으로 전환하고 체외충격파치료의 진료 횟수·간격·적응증 등을 관리하려는 것도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정부는 앞으로 관리급여 적용 대상을 확대하는 등 비급여 관리체계를 강화할 방침이다.
그러나 관리가 곧 획일적인 통제를 의미해서는 안 된다. 비급여에는 과잉 가능성이 있는 진료만 있는 것이 아니다. 건강보험 급여 기준 밖에서 환자의 필요에 따라 선택하는 치료와 의료기술도 있고, 새로운 의료기술이 급여체계에 편입되기 전 비급여로 사용되는 경우도 있다. 환자의 삶의 질이나 치료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선택하는 진료까지 가격이나 횟수만으로 일률적으로 제한한다면 의료 선택권을 훼손할 수 있다.
따라서 정부가 먼저 해야 할 일은 '비급여를 얼마나 줄일 것인가'가 아니라 '어떤 비급여가 문제인가'를 가려내는 것이다. 가격, 이용 빈도, 적응증, 의료적 필요성, 안전성과 유효성 등을 토대로 과잉 가능성이 높은 항목을 정밀하게 선별해야 한다. 반대로 의료적 필요성이 확인되는 비급여는 급여 또는 선별급여 전환을 검토해 환자의 부담을 줄이는 것이 합리적이다.
정보 공개도 강화해야 한다. 비급여 보고제도 자체가 국민의 알 권리와 의료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정부는 현재 가격뿐 아니라 질환·수술별 진료비와 의료행위의 안전성·유효성 평가결과 등을 비급여 정보 포털을 통해 공개하고 있다. 이런 정보는 환자가 실제 의료기관과 치료법을 비교할 수 있을 만큼 이해하기 쉽게 제공돼야 한다.
비급여 진료비 연간 9조 원은 가볍게 볼 일도 아니지만, 숫자만으로 의료비 증가의 주범으로 단정하는 것도 옳지 않다. 필요한 것은 비급여의 일률적 축소가 아니라 과잉진료는 억제하고 필요한 치료는 보장하는 정교한 관리다. 그래야 국민 의료비 부담을 낮추면서도 환자의 치료 선택권을 함께 지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