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헬코미디어)[헬스코리아뉴스] 농어촌 지역 일차의료의 최후 보루였던 공중보건의사(공보의) 숫자가 9년 만에 4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2017년 2116명에 달했던 의과 공보의가 올해 593명까지 급감하며 지역 의료 체계는 사실상 붕괴 직전의 '심정지' 상태에 놓였다. 의정 갈등의 여파로 신규 편입 인원은 전년 대비 37% 넘게 빠져나갔고, 이러한 인력 가뭄이 2031년까지 지속될 것이라는 정부의 전망은 암담하기만 하다. 보건복지부가 뒤늦게 순회·파견진료와 비대면 진료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이것이 임시방편을 넘어 실효성 있는 안전망이 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텅 빈 보건지소, 비대면 진료는 '고육지책'인가
정부 대책의 핵심 중 하나는 공보의가 없는 보건지소의 진료 공백을 비대면 진료와 원격협진으로 메우겠다는 것이다. 민간 의료기관까지 거리가 4km 이상인 의료취약지 547개 읍·면을 대상으로 인공지능(AI) 기술과 원격 시스템을 동원하겠다는 구상이다. 인력이 없는 상황에서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일지 모른다. 그러나 비대면 진료가 의료 취약 지역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 위해서는 단순한 '연결' 이상의 정교한 설계가 필요하다.
'디지털 격차'와 '진단 안전성'의 장벽
가장 큰 걸림돌은 농어촌 지역 고령층의 디지털 격차다. 스마트 기기에 서툰 어르신들에게 비대면 진료는 또 다른 장벽이다. 정부는 보건지소 인력이 이를 보조하도록 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으나, 이는 가뜩이나 부족한 현장 인력에게 또 다른 짐이 될 수 있다. 또한 대면 진료를 통한 세밀한 문진과 검사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비대면 방식만으로 고령 환자의 복합적인 질환을 관리하는 것은 오진과 투약 오류 등의 위험이 따른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돼왔다. 비대면 진료가 자칫 '부실 진료' 논란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영리 플랫폼 중심 공공성 훼손 우려
비대면 진료 확대를 둘러싸고 시민사회와 의료계의 우려도 적지 않다. 참여연대와 무상의료운동본부 등 시민단체는 비대면 진료가 의료 취약지 접근성 향상이라는 본래 취지보다 영리 플랫폼 산업 중심으로 흐리고 있다고 비판해 왔다. 실제로 비대면 진료는 그간 탈모나 다이어트 약물 등 비급여 의약품의 '쇼핑 창구'로 변질됐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공보의가 떠난 자리를 민간 영리 플랫폼이 채우게 될 경우, 의료의 공공성은 사라지고 수익성 위주의 과잉 진료와 약물 오남용이 판을 칠 것이라는 경고는 결코 가볍지 않다.
보완재를 넘어선 안전망 구축이 우선
의료는 효율성보다 안전이, 기술보다 생명이 우선이다. 비대면 진료가 공보의 부재의 대안이 되려면 '책임'이 전제되어야 한다. 의료계가 끊임없이 요구해온 오진에 대한 법적 책임 소재 규명과 화상 진료 원칙 준수 등 안전장치 마련은 필수적이다. 시민사회의 목소리처럼 민간 플랫폼에 의존하기보다 정부가 책임지는 공공 플랫폼과 지역 완결형 의료 체계 구축이 선행되어야 한다. 편의성이라는 이름 뒤에 숨은 영리화의 그늘을 걷어내고, 진정으로 취약지 주민들을 보호할 수 있는 촘촘한 공적 의료 안전망 구축에 정책의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