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봉 성균관대 의과대학 명예교수[헬스코리아뉴스 / 홍승봉] 지난 반세기 동안 의대 입학 전형은 철저한 성적순이었다. 사회 전체가 금전에 매몰된 상황에서, 누가 공공의료를 위해 수입이 적은 필수 의료를 택하고 지역 의사를 자처하겠는가. 이는 수십 년간 정부가 교육 전반을 성적 위주로 이끌어온 결과다. 하지만 의사는 다른 직종과 다르다. 작은 실수나 무관심이 질병 악화로 이어지고 생명을 앗아갈 수도 있다. 소홀한 치료는 완치를 막는 장벽이 된다.
◆수련의 가치 변질과 의사의 국제 활동 중요성
30~40년 전 의대생들은 수입보다는 본인이 희망하는 전문과를 선택했다. 당시 인턴은 한 달에 한 번, 전공의는 1~2주에 한 번 집에 갈 정도로 병원에 상주하며 엄청난 양을 배웠다. 전공의 1년 차가 국무총리의 주치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반면 지금의 전공의들은 저녁 6시면 퇴근한다. 교수 회진조차 함께하지 못하는 환경에서 어떻게 제대로 된 수련이 가능하겠는가.
수련 과정의 인턴과 전공의는 일반 노동자와는 다르다. 별도의 수련비를 내지 않고 오히려 급여를 받으며 배우는 과정임을 명심해야 한다. 필자는 지금도 평일과 주말을 가리지 않고 밤늦게까지 연구하며, 치료가 어려운 환자를 위해 미국, 일본, 프랑스 등 세계 각국의 뇌전증 석학들과 수시로 증례를 토의한다. 의사의 국제 활동과 끊임없는 노력이 중요한 이유다.
◆성적보다 공익·봉사 정신이 지역 의사의 핵심 자질
이번에 도입되는 지역의사제에 전적으로 찬성한다. 다만 기존의 의대 전형으로는 안 된다. 지역 의사에게는 성적보다 공익 정신과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이 더 중요하다. 성적이 좋다고 반드시 좋은 의사가 되는 것은 아니다. 많은 명의와 봉사하는 의사들이 이를 증명해 왔다. 특히 최신 의학 정보를 순식간에 얻을 수 있는 AI 시대에는 소통하고 노력하는 의사가 더 뛰어난 역량을 발휘한다.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공부만 하며 부모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풍족하게 자란 학생들에게 희생정신을 기대하기란 어렵다. 투자한 만큼 높은 수입을 거둬야 한다는 생각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당연할지 모르나, 존경받는 사회지도층인 의사의 자세는 아니다.
◆지역 의사제, 인성 중심의 2단계 전형 도입해야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의료 분야 종사자는 달라야 한다. 돈을 우선시한다면 최선의 진료를 기대할 수 없다. 환자를 자기 가족처럼 대할 수 있는 사람만이 진정한 치료를 행할 수 있다. 따라서 지역 의사 전형은 성적을 일정 기준 이상이면 통과시키는 '패스 오어 페일(Pass or Fail)' 방식으로 1차 선발을 하고, 2차에서 인성, 봉사 정신, 소통 능력을 집중 평가하는 구조로 바뀌어야 한다.
이러한 변화는 한국의 성적 지상주의를 타파하는 작은 불씨가 될 수 있다. 의대생 선발 시 심리사, 의료사회복지사, 상담 전문가, 철학자, 그리고 현장에서 봉사하는 의사들로 평가단을 구성해 다각도로 분석해야 한다. 의대생과 의사는 의학만 공부해서는 안 된다. 사회와 공익에 대한 교육과 실천이 필수적이다. 바람직한 의료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보건복지부만큼이나 교육부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대통령을 비롯한 국정 책임자들은 반드시 인식해야 한다. [글/홍승봉 교수 성대의대 명예교수·뇌전증지원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