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제일약품의 신약개발 전문 자회사 온코닉테라퓨틱스가 개발한 위식도역류질환 치료 신약 '자큐보정(JAQBO Tab., 성분명: 자스타프라잔·Zastaprazan)'이 24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국산 제37호 신약으로 최종 품목 허가를 받았다. 2022년 11월 대웅제약의 당뇨병 신약 '엔블로정(Envlo Tab., 성분명: 이나보글리플로진·Enavogliflozin)'이 36호 국산 신약으로 허가를 받은지 약 1년 5개월 여만이다.
'자큐보정'은 칼륨 경쟁적 위산분비억제제(P-CAB: Potassium-Competitive Acid Blocker, P-CAB) 계열로, 동일계열 신약으로는 2021년 12월 승인을 받은 대웅제약의 '펙수클루정(Fexuclue Tab, 성분명: 펙수프라잔·Fexuprazan, 34호)' 이후 2년 4개월 여만이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가장 먼저 승인을 받은 HK이노엔의 '케이캡'(K-CAB Tab., 성분명 : 테고프라잔·Tegoprazan)을 포함, 총 3개의 P-CAB 계열 신약을 보유하게 됐다. 케이캡은 2018년 7월 국산 30호 신약으로 첫 허가를 받았다.
P-CAB 계열 신약은 위식도역류질환 등 국내 소화성 궤양용제 시장에서 기존 PPI(프로톤펌프저해제) 제제를 대체하며 빠르게 위장약 시장을 잠식해가고 있다. 유비스트 기준 연도별 처방액을 보면 케이캡 1개만 출시됐던 2021년에는 1106억 원이었으나, 펙수클루가 합류한 2022년에는 1449억 원, 그리고 지난해에는 무려 2117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는 P-CAB 계열의 약효가 그만큼 우수하다는 반증이다.
PPI는 지난 30여년 동안 위산 관련 질환 분야에서 인기를 끌었으나, 여전히 느린 작용시간과 불안정한 약제 상호 작용, 미미한 야간 산분비 억제 효과 등 그 한계가 분명했다. 특히 위산에 의한 활성화 과정이 필요해 아침 공복이나 식전에 복용해야하는 불편함이 따랐다.
반면 P-CAB 신약은 위산을 분비하는 양성자 펌프와 칼륨 이온 결합을 방해해 위산이 분비되는 것을 경쟁적으로 차단하는 기전을 갖고 있다. 그래서 칼륨 경쟁적 위산분비억제제라는 이름이 붙었다. '자큐보정'은 이러한 P-CAB 고유의 특성으로 인해 위내 산성 환경에서 안정적이고 위산에 의한 활성화가 필요없다. 따라서 위산 정도와 상관없이 양성자 펌프에 결합이 가능하고 약효 발현 시간도 거의 즉각적이다.
PPI는 최대 약효 발현효과를 보기까지 4~5일이 걸리지만 '자큐보정'은 복용 즉시 효과를 볼 수 있다. 여기에 더해 긴 반감기에 따른 지속적인 위산억제작용으로 야간 가슴쓰림 증상 개선에 더욱 효과적이다. 특히 산에 의한 활성화가 필요없기 떄문에 식사와 관계없이 복용할 수 있어 환자들의 복용 편의성을 크게 높였다. PPI 제제의 약점을 보완한 신개념의 위장약인 셈이다.
'자큐보정'의 이러한 약효는 임상에서도 그대로 확인됐다. 국내 28곳의 의료기관에서 위식도역류질환자 3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3상 임상시험이 그것이다. 지난해 10월 유럽소화기학회(UEGW)에서 발표된 임상 3상 주요 데이터에 따르면 '자큐보정'은 8주간 투여시 치료율 97.9%를 기록했다. 4주간 투여 시 비교군보다 7.4% 높은 치료율을 보여 우수한 점막 결손 치료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했다.
"자스타프라잔(자큐보정)은 투여 1시간 이내 빠르게 약효가 나타났다. 24시간 동안 위내 pH를 4이상으로 유지하는 비율이 85%로 높아, 야간 산 분비 증상 개선에도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정훈용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자신이 주도한 임상 3상의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이번 '자큐보정' 승인은 국내 중소제약사에 신약개발에 대한 새로운 희망을 심어주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대형제약사의 전유물과 같던 신약 허가를 온코닉테라퓨틱스와 같은 특화된 신약 연구개발 기업이 임상부터 최종 허가까지 주도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만하다.
온코닉테라퓨틱스는 급여 등재를 거쳐 연내에 '자큐보정'을 발매한다는 계획이다. 이에따라 올해 하반기부터 국내 P-CAB 제제 시장은 치열한 3파전이 예상되지만, 시장 볼륨은 한층 커질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글로벌 시장을 공략할 무기가 더욱 보강됐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국산 P-CAB 제제 3총사의 선전을 기대한다.